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총부채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넓은 지표인 공공 부문 부채(D3)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 1,700조 6,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구체적으로 1,738조 6,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일각에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D3 비율이 6년 만에 하락했다는 점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부채 규모가 65조 원 이상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GDP 자체가 더 빠르게 성장하며 발생한 숫자의 착시에 불과합니다. 부채를 줄이지 못하고 GDP 성장에 기대어 비율을 낮췄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에는 여전히 심각한 경고등이 켜져 있습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한전)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같은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전체 증가세를 이끌고 있어, 단순한 정부의 빚을 넘어선 복합적인 위험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GDP 대비 비율 하락, 진정한 재정 건전성 개선일까?
D3 비율이 6년 만에 하락했다는 기재부의 발표는 잠시 안도감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D3 비율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68.0%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정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이들은 이 수치를 두고 '속 빈 강정'이라고 지적합니다. 부채 절대액은 4년 만에 458조 6,000억 원이나 폭증했습니다. 비율이 하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명목 GDP의 증가세가 부채 증가세보다 더 빨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갚아야 할 빚(분자)이 늘어났지만, 우리의 몸집(분모, GDP)이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효과로 인해 더 크게 불어난 것뿐입니다. 부채의 절대적 규모가 커지면 이자 비용 부담은 고정적으로 증가하며, 미래 재정 운용에 심각한 압박을 가합니다. 따라서 부채의 '질'을 개선하거나 '양'을 줄여서 얻어낸 성과가 아닌 만큼, 이번 비율 하락을 두고 재정 건전성이 개선되었다고 평가하기엔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봐야 합니다.
부채 증가의 핵심 동력: LH와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의 빚 폭탄
이번 D3 증가를 이끈 주범은 중앙정부의 빚인 국가채무(D1)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전체 증가분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전년 대비 14조 4,000억 원 늘어났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도로공사가 차지했습니다.
LH는 3기 신도시 조성이나 주택 공급 확대라는 국가 정책 목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무려 8조 7,000억 원의 부채가 급증했습니다. 또한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대규모 투자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도로공사 역시 3조 2,000억 원의 부채가 추가되었습니다.
공기업의 부채는 당장은 정부의 직접적인 빚(D1)으로 잡히지 않지만,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빚입니다. 만약 이들 공기업이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빠지면, 최종적으로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꿔야 할 잠재적인 국가채무로 전환될 위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공기업 부채가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재정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거시적인 투자 방향과 리스크 관리의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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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비교와 재정수지의 적신호
국제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통용되는 일반 정부 부채(D2)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D2 규모는 1,270조 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53조 5,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다행히 GDP 대비 비율은 49.7%로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49.8%)를 소폭 밑돌았지만, 절대액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지표는 바로 관리재정수지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 흐름을 보여주는데,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86조 1,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입니다. 재정수지의 악화는 곧 나라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공공 부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부채의 절대액 증가, 비율의 착시, 그리고 수지 악화라는 세 가지 악재가 겹치며 대한민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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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조 부채의 그림자: 우리 일상과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
공공 부채 1,700조 원 돌파는 단순히 정부의 재무제표에만 남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 부채의 그림자는 결국 우리 국민 개개인의 삶과 미래 세대의 어깨 위에 놓이게 됩니다.
첫째, 이자 비용의 증가입니다. 늘어난 부채에 대한 이자를 갚는 데 국민 세금이 투입될수록, 복지, 교육, 연구 개발 등 꼭 필요한 곳에 써야 할 예산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곧 미래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둘째, 물가와 금리 압박입니다. 정부가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시장 금리가 상승할 압박을 받게 됩니다. 고금리 기조는 가계 부채와 기업 부실을 심화시켜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기업 부채로 인한 재정 손실은 결국 공공 요금 인상(전기료, 가스료 등)으로 전가되어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공공 부채 증가는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계속해서 키우는 행위입니다. 당장의 정책 목표를 위해 발행된 빚이, 미래에는 세금 인상이나 복지 혜택 축소라는 형태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GDP 대비 비율 하락이라는 숫자에 안도할 때가 아니라, 부채의 절대적 규모와 질적인 위험성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재정 준칙 확립과 공기업 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빚으로 지탱하는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냉철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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